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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타래처럼 얽혀버린 엄마와 아이의 마음

Name : 관리자
Time : 2014-05-02 오전 9:3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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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타래처럼 얽혀버린 엄마와 아이의 마음

“유능하지 않아도, 내가 부족해도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세요.”


민지와 민지 엄마는 오늘도 크게 다투게 되었습니다. 민지는 오늘도 학교에서 과제를 다 마치지 못하고 돌아왔고, 그런 민지의 과제를 엄마가 함께 도와주던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엄마도 민지의 과제를 도와주는 방법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고 함께 끙끙대고 고심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전화하여 물어도 보아 그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과제를 하던 중에 “엄마는 그것도 몰라?” 하며 아이가 툭 던진 한마디에 민지 엄마는 울컥 화가 나 버렸습니다. 속상한 마음을 참으며 과제를 도와주던 민지 엄마는 민지의 실수로 과제가 다시 엉망이 되어 버리자 화를 참지 못하고 손이 올라가 버립니다.


민지는 민지 엄마에게는 아주 귀한 아이였습니다. 임신 중에 아이의 건강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노심초사 하며 낳았고, 키울 때에도 애지중지하며 아이가 원하는 것은 가능한 들어주고 싶었습니다. 민지는 말도 빨리 하고 똘똘하게 자랐고, 초등학교에 가서는 공부도 아주 잘하는 모습을 보여 엄마는 민지가 내 딸이라는 것이 정말 자랑스러웠습니다.

엄마는 어릴 적 자신이 엄마에게 받지 못했던 보살핌, 친밀한 애정을 보상받는 것처럼 민지를 잘 돌봐주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또한 자신이 해내지 못했던 것들,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껴왔던 것과는 달리, 민지가 똘똘하고 공부도 잘하는 모습을 보며 엄마는 또 다른 인생을 살고 있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민지 엄마는 이런 자신의 마음은 잘 인식하기는 어려웠지만 그저 민지를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하며 아이의 공부를 봐주고 자신의 에너지를 쏟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엄마의 마음도 몰라주고 민지가 “엄마는 모를 거야. 아빠한테 전화해봐” 하거나 아침에 힘들게 깨우면 온갖 짜증을 내거나, 엄마가 차려준 밥상에 자기가 좋아하는 것으로 다시 달라고 하는 등의 태도를 보일 때는 무시한다는 느낌에 사로잡혀 욱하고 아이를 혼내고 다투게 되는 일이 반복되곤 합니다. 다툼이 잦아지게 되고 자신을 무시하는 아이를 바라보며 엄마 역시 민지를 무시하는 태도로 자신의 화를 표현하는 일이 많아지게 되었고, 엄마의 인생에 많은 위안을 준 민지는 어느새 “웬수”로 불리우게 되었습니다. 또한 학교에서 공부는 잘하지만 또래와 어울리지 못하고 친구들이 민지와 같이 놀려고 하지 않으며 담임선생님도 민지의 자기중심적인 태도를 염려스러워 하는 일까지 생기면서 민지와 엄마는 상담실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놀이치료실에 온 민지는 도도한 태도로 자신의 할 일을 하며 대기실에 있었고, 치료자가 인사를 해도 반응이 없이, 치료자의 관심과 치료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는 태도로 상담에 임했습니다. 치료과정에서도 역시 민지는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활동을 주로 하였으며, 얼마나 많은 지식이 있는지 보여주는데 많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민지는 타인과 관계를 어떻게 맺어야 하는지, 마음과 마음이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는 것 같았고 이 관계에서 자신이 얼마나 우월한 사람인지를 확인시키는 것이 자신의 깊은 불안을 감출 수 있는 일인 것처럼 보였습니다. 엄마한테 인정받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민지의 마음속에는 더욱더 깊은 불안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민지의 그런 불안과 좌절된 애정욕구는 엄마에게 아주 작은 일도 의존하는 태도로 나타나고 엄마는 이런 민지가 힘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엄마와 민지는 서로 복잡한 실타래처럼 얽혀 있지만 실마리를 찾기 어려워 보였습니다.


치료자는 민지의 실제 능력과 열심히 노력하는 자세에 대해 진심어린 격려를 해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자신의 능력을 시기심을 품은 채 훼손시키려고 했던 많은 경험들과 달리 따뜻하게 민지를 바라봐주고 격려 받는 경험을 하였습니다. 자신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이 올 때 마다 민지는 놀라며 감추려는 노력을 하였지만, 치료에서는 그 순간이 민지에게 얼마나 감추고 싶은 일인지, 자기 안의 깊은 불안과 마주쳐야 하는 일인지 함께 나누려고 하였습니다. 그 이후로는 조금씩 마음을 여는 모습을 보였고, 사람은 누구나 완벽할 수 없고 못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다 민지 안에 있는 것임을 확인시켜주자 민지는 조금씩 자신의 실수도 웃으면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민지의 매우 방어적인 태도에 대해 치료자 역시 조금씩 지치는 마음이 드는 시점에 그 아이의 마음에 다시 한 번 두드려 보았습니다. “민지는 정말 속마음을 얘기하기 힘이든가 보다. 누군가와 너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많이 없었던 것 같아. 마음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일이 참 어색하고 힘든 일이지?” “하지만 함께 나누면 신기하게도 기쁨은 커지고, 슬픔은 작아지지”


치료자의 말에 잠시 멍하니 있었지만 이후 민지는 조금씩 달라지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자신의 어려움, 약점을 나누는 것이 깊은 불안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자신이 수용 받는 것이며,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았습니다. 민지는 “애기 같은 집에서... 이 나이에...” 하고 쑥스러워 하며 텐트에 들어가서 한동안 있었습니다. 텐트는 엄마의 자궁과 같이 보살핌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인 것으로 볼 때 민지는 자신의 딱딱한 껍질을 깨고 나와 그 안에 여리고, 사랑받고 싶고, 불안한 자신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이상하다고 생각되어지는 자신의 성격이나, 엄마한테 상처 받은 일들에 대해 이야기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전에 다른 사람에게 반응과 관심이 없는 민지의 태도와 달리 치료자의 정서와 바람에도 관심을 기울여주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렇게 민지가 달라지는 과정을 겪으며 민지 엄마와도 민지를 이해할 수 있게 도왔으며 엄마의 분노와 좌절된 욕구에 대해서도 함께 다루어 나가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날도 민지에게 화가 나있던 엄마의 마음을 거슬러 올라가보자 민지 엄마는 울음을 왈칵 터트리며 “저는 민지를 참 사랑했어요....” 라고 이야기 하셨습니다. 어찌 보면 엄마가 자식을 사랑한다는 말이 당연하게 들릴 수도 있었겠지만, 많이 사랑하고 참 많이 애써왔지만 자신의 좌절된 욕구를 아이에게서 보상받고 싶었던 이기적인 욕구가, 자신의 열등감과 시기심이 민지를 힘들게 한 것에 대한 속상함이 담겨져 있던 눈물로 보였습니다. 스스로 당당하지 않고 민지를 통해서 보상받으려고 하는 엄마가 민지에게 작아 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또는 자신에게 유능함을 요구하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지 않는 것에 대해 화가 났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민지는 엄마를 무시하고 그에 화가 나는 엄마는 민지를 인정해 주지 않으며 서로를 훼손시키고 상처를 내왔던 것 같습니다. 이후에도 민지와 엄마는 많이 다투고 힘들었지만, 엄마는 자신의 욕구 이외에 민지의 인생을 생각하고 민지의 감정을 들어보고 사실은 민지 안에 엄마에게 사랑받고 싶은 작은 아이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려고 애썼고 자신의 좌절된 욕구를 자기 스스로 채워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민지는 마음을 나누는 법을 배우고 자신이 능력을 발휘할 때만이 아니라 자기가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임을 알아나가고 있습니다.


자신의 뱃속에 열 달 동안 품고 있다가, 세상에 나온 아이와 정서적으로 분리하고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게 하는 발달과정은 아이도 많은 불안을 감내하고 스스로 성장해야 하지만, 엄마 역시 불안을 감내해야 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좌절된 욕구가 많거나 스스로 자신에 대해 만족감이 높지 않거나 자신의 정체성을 잘 확립하지 못한 엄마 일수록 나의 아이가 또 다른 내가 되기를 바라면서 나의 욕구와 아이의 욕구는 복잡한 실타래처럼 얽혀 버리곤 합니다. 아이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며 노력하고 있지만 그 안에 자신을 위한 최선의 노력은 어디까지 인지, 아이를 위한 최선의 노력이 어디까지였는지, 엄마의 최선의 노력이 아이를 불안하게 하지는 않는지를 항상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민지 엄마가 자신의 마음을 되돌아보며 얽혀버린 실타래의 실마리를 찾아나갔듯이 어린 시절부터 지속되어온 자신의 좌절된 욕구를 되돌아보고 자신에게 위로해 주며, 아이의 마음도 있는 그대로 들여다 봐주는 것이 아이를 건강하게 성장하게 도와주는 버팀목으로서의 부모가 되는 첫걸음인 것 같습니다.


- 한국가이던스 심리상담센터 상담원 김윤하 -

<심리상담센터 칼럼_제7호>